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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가 만드는 교육 패러다임: 회사 밖에서 쌓는 실무경험

한국AI서비스학회 창립기념단행본 출간 예정 (2026년 초)

오늘날 채용 시장의 가장 큰 모순은 “기업은 실무 경험을 원한다”는 사실과 “구직자는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는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시작된다. 특히 AX·DX를 만들어내는 IT 서비스 직군에서 이 문제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업은 당장 프로덕트에 투입해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원하지만, 신입과 직무 전환을 시도하는 1~3년 차 주니어들은 실무 경험 부족이라는 벽 앞에서 반복적으로 좌절한다.

이미 경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경력은 ‘이전 직무’에 국한돼 있을 뿐이며, 새로운 직군에서는 “실제 서비스 상황에서 협업하며 기능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된다. AX·DX 분야는 기획–디자인–프론트엔드–백엔드–AI 등 여러 직군이 촘촘히 연결된 환경에서, 실제 사용자 앞에서 기능을 검증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반복 개선하는 과정 그 자체가 실무 경험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실무 경험이 거의 전적으로 ‘회사 안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점에 있다. 실무는 혼자 책상 앞에서 연습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 반응을 받아보고, 여러 직군이 엮인 복잡한 협업 흐름을 거치며, 끊임없는 피드백으로 방향성을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만 만들어진다. 그러나 빠른 성과와 속도를 요구받는 기업 환경에서, 신입이나 전환 주니어에게 이런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시켜줄 리소스를 따로 떼어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 결과 AX·DX 중심의 IT 기업들은 “실무형 인재”를 찾고, 구직자는 “실무 경험을 쌓을 곳”을 찾지만, 양쪽을 이어주는 구조는 사실상 비어 있었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 실무를 원하지만, 실무가 만들어질 수 있는 장(場)은 기업 내부에만 존재해왔던 것이다.

실무 경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많은 구직자는 부트캠프, 온라인 강의, 개인·팀 프로젝트를 선택한다. 이런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개념을 익히고,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수 있는 산출물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X·DX를 만드는 IT 직군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손 놓고 있는 것”과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것” 사이의 차이가 크다.

그러나 기업이 말하는 “연관된 실무 경험”과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학습 프로젝트 경험”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교육 과정과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1. 팀 구성이 실제 회사처럼 기획–디자인–프론트엔드–백엔드–데이터·AI 등 여러 직군이 얽혀 있지 않고, 단일 직군 중심이거나 일부 역할만 형식적으로 존재한다. 그 결과, 직군 간 충돌과 조율, 책임 분담 같은 실무의 핵심 과정이 빠져 있다.

  2. 결과물이 실제 사용자 앞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되지 않는다. 동료 교육생이나 멘토 피드백 정도에 그치며, 실제 타깃 사용자의 사용성·불편·전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는다.

  3.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어떤 문제가 나왔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무엇을 포기하고 어디에 집중했는지에 대한 시행착오의 패턴이 체계적인 데이터로 남지 않는다. 결국 “어떻게 문제를 풀어왔는가”라는 실무형 이력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었다”는 산출물만 남는다.

그래서 부트캠프와 프로젝트는 “배웠다”는 흔적이 될 수는 있지만, 기업이 원하는 의미의 “바로 투입 가능한 실무 경험”으로 인정받기에는 구조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 이 간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구직자는 계속해서 “경력이 애매하다”, “실제 실무를 안 해본 것 같다”는 평가를 듣고, 기업은 “실무형 인재가 없다”고 말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진짜 속마음은 “신입을 잘 키워주고 싶다”가 아니다. 그 말 뒤에는 훨씬 더 현실적인 목표가 숨어 있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AX·DX 관련 프로젝트들 가운데, 지금 당장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연관된 실무 경험을 가진 가성비 좋은 주니어를 채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주니어 한 명을 온전히 교육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시간을 장기간 떼어낸다는 의미다. 선배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가 교육에 쓰는 시간은 곧 프로젝트 일정의 지연과 품질 리스크로 이어진다. 그래서 기업은 점점 “처음부터 어느 정도 감이 잡힌 상태의 주니어”, “기본기는 갖췄고, 관련 실무 흐름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

결국 기업이 찾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준비된 ‘교육 대상’이 아니다. 지금 회사에서 돌아가는 프로젝트 맥락과 비슷한 환경을 경험해봤고, 투입 직후 최소한의 설명만으로도 흐름을 따라갈 수 있으며, 연봉도 지나치게 높지 않은 “가성비 주니어”다.

이 지점에서 기업과 구직자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맞닿는다. 구직자 역시 막연한 교육이 아니라, 실제 기업이 요구하는 프로젝트 맥락 속에서 검증 가능한 실무 경험을 쌓고 싶어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 둘을 연결해줄 중간 구조가 없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공백을 기술, 특히 AI가 메워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실무 경험 서비스에서 중심에 서야 하는 것은 AI다. 여기서의 AI는 결과물을 대신 만들어주는 도구라기보다, 실무 경험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설계하고, 연결하고, 해석하는 운영자에 가깝다. 특히 AX·DX를 만드는 IT 프로젝트에서 이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AI는 회사 밖에서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1. 직군 매칭과 협업 구조 설계

    AI는 서로 다른 직군의 구직자를 하나의 실무형 프로젝트로 묶어준다. 예를 들어 프론트엔드, 백엔드, 디자이너, PM, 데이터·AI 직군을 실제 서비스 조직과 유사한 구조로 팀 구성하고, 각 직군이 맡아야 할 역할과 상호 인터랙션 포인트를 자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화면을 누가 설계하고, 어떤 API를 누가 만들며,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를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부터 세팅해주는 것이다.

  2. 문제정의와 요구사항 생성

    실제 기업 프로젝트나 과거 성공 사례에서 추출한 패턴을 바탕으로, 지금 이 팀이 다뤄야 할 문제를 현실감 있게 정의해준다. 단순 코딩 과제가 아니라, 기획–디자인–개발–검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문제 상황 → 사용자 시나리오 → 기능 요구사항 → 우선순위”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제안할 수 있다.

  3. 진행 과정의 로그 수집과 구조화

    협업 과정에서 오가는 논의, 설계 변경, 우선순위 조정, 기능 삭제·추가 등의 의사결정 과정이 자동으로 기록·구조화된다. 이 데이터는 나중에 “이 구직자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실무형 이력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이렇게 AI는 구직자 대신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일어난 모든 움직임을 데이터로 남기는 역할을 맡는다. 구직자는 스스로 손을 움직여 실무를 수행하고, AI는 그 과정 전체를 설계·축적·정리하는 데 집중하는 구조다.

실무 경험의 결정적 차별점은 두 가지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용자 앞에서 한 번이라도 검증되었는가”,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AI는 이 두 지점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1. 사용자 테스트 매칭과 피드백 구조화

    AI는 예비 사용자, 소규모 커뮤니티, 특정 타깃군을 찾아 프로젝트 산출물을 실제로 써보게 할 수 있다. 이때 실제 사람들의 설문 응답, 행동 로그, 인터뷰 텍스트 등을 수집해 “사용자가 어디에서 막혔는지, 무엇을 불편해했는지, 어떤 기능이 쓸모 있었는지”를 정리된 데이터로 바꾼다. AI가 사용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연결하고, 그 결과를 해석 가능한 언어로 구조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 성공 프로젝트의 패턴 학습

    실제 취업·이직에 성공한 프로젝트들의 전체 흐름을 아카이브하고, 거기서 공통 패턴을 추출한다.

    (1) 어떤 문제 정의에서 출발했는지

    (2) 직군 간 어떤 대화와 합의가 오갔는지

    (3) 사용자 피드백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영했는지

    (4) 우선순위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5) 이 과정이 실제 합격이나 성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3. 상황별 실무형 조언 제공

    구직자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막히는 지점마다, AI는 과거 성공 패턴을 기반으로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팀들은 이렇게 풀었다”는 식의 실무형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일방적인 강의나 정답지가 아니라, 상황별로 꺼내 쓰는 ‘경험 라이브러리’에 가깝다.

이렇게 되면 AI는 단순히 답을 대신 내주는 존재가 아니라, 실제 성공 사례의 패턴을 요약·정리해, 구직자가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실무 멘토 역할을 하게 된다.

기업이 진짜로 알고 싶은 것은 “AI로 뭔가를 해봤다”가 아니다. “우리 회사 프로젝트와 얼마나 닮은 상황을 겪어봤는가”에 대한 증거다. AI 기반 실무 경험 서비스가 기업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최종 산출물뿐 아니라 그 뒤에 깔린 과정 전체가 함께 보여져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얻고 싶어 한다.

  1. 이 구직자는 어떤 문제 정의에서 출발했는가?

  2. 직군 간 충돌이 있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조율했는가?

  3. 사용자 피드백이 거슬릴 만큼 비판적이었을 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겼는가?

  4. 일정 압박이 있었을 때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정했는가?

AI는 앞서 구조화해 둔 협업 로그, 사용자 피드백, 의사결정 기록을 바탕으로 이런 질문에 답이 되는 리포트를 자동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1. 타임라인별로 어떤 이슈가 있었고

  2. 당시 어떤 옵션이 논의되었으며

  3.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했고

  4. 그 결과가 사용자 반응과 어떤 상관관계를 보였는지까지 시각화할 수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실제 실무와 유사한 환경에서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본 사람”이라는 것을 데이터 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순간, 회사 밖에서 만들어진 실무 경험은 단순한 “교육용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금 당장 프로젝트에 투입해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기업이 찾던 “연관된 실무 경험을 가진 가성비 주니어”의 의미가 구체적인 데이터로 정의되는 셈이다.

채용은 이미 “많은 구직자 중에서 뽑는 구조”에서 “적합한 소수를 골라내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 하나다. 해당 직무와 연관된 실무 경험을 어떻게,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쌓았는가.

과거에는 이 질문에 사실상 하나의 답만 존재했다. “회사에 들어가서 배웠다.” 그래서 실무 경험은 곧 “회사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입사 이전에 할 수 있는 건 공부와 포트폴리오 정도였고, 진짜 실무는 회사 문을 통과한 사람만 경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AI 기반 실무 경험 서비스는 이 전제를 처음부터 다시 쓴다. 직군 간 협업, 실제 사용자 검증, 경험 패턴 기반 조언이라는 실무의 핵심 요소를 회사 밖에서도 재현하고, 그 전체 과정을 데이터로 남김으로써, 실무 경험을 ‘회사 내부 전용’이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축적 가능한 것’으로 바꿔 놓는다. 그 결과 구직자는 “경험이 전혀 없는 예비 인력”이 아니라, “실무형 신입·전환 주니어”에 가까운 상태로 채용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기업 역시 더 이상 “우리가 처음부터 키워야 하는 사람”만을 전제로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이미 우리와 비슷한 AX·DX 프로젝트 환경을 한 번 겪어본 사람”, “실제 협업과 사용자 검증 과정을 끝까지 경험해 본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이제 실무 경험은 회사에 들어가야만 얻을 수 있는 한정된 기회가 아니다.AI가 설계하고,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는 새로운 실무 경험 구조가, 회사 밖에서 차분하지만 근본적으로 채용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김홍찬 / 스타팅 운영사 (주)모밋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