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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가 만드는 채용 패러다임: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한국AI서비스학회 창립기념단행본 출간 예정 (2026년 초)

많은 기업들은 마음속으로는 헤드헌팅을 쓰고 싶어 한다. 인사팀 인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채용 업무 자체가 버겁게 느껴질 때, 그리고 잘 맞는 인재를 빠르게 찾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헤드헌팅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연봉의 15% 이상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는 중견기업조차 신중히 따져봐야 하는 수준이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라면 애초에 선택지에 올리기 어려운 비용이다. 결국 많은 기업은 “헤드헌팅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반복하며, 다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채용 방식”을 찾아 나간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많은 기업이 채용 플랫폼으로 몰려갔다. 하지만 이 선택은 어디까지나 적극적인 전략이기보다는,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대안 아닌 대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플랫폼은 인재를 연결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구직자를 많이 모아주는 역할에 그쳤고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은 기업이 직접 감당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은 “우리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없어서 플랫폼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플랫폼은 많은 구직자가 지원하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구직자가 많다는 사실이 기업에게 실제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채용 공고를 올리면 수십 명, 많게는 백여 명이 지원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JD와 맞지 않거나 지원 동기조차 모호한 경우가 많다.

구직자 보상금 제도는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보상금을 노리고 “일단 지원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플랫폼을 순회하는 구직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은 더 많은 지원서를 받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필터링을 해야 했다.

문제의 핵심은 구직자의 ‘양’이 기업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사 담당자가 한두 명에 불과하거나, 실무자가 인사 업무를 겸하는 기업이라면 이 대량의 지원자 검토 과정은 업무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플랫폼은 구직자를 많이 보내줄 뿐, 그 구직자가 JD와 얼마나 맞는지 검증해주지는 않았다. 결국 기업은 “구직자를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필터링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을 떠안게 된 셈이다.

“지원자 수가 늘어나면 채용이 쉬워질 것”이라는 오래된 믿음은 이미 현실에서 무너졌다. 구직자가 많아질수록 기업 내부의 부담은 더 커지고, 채용에 투입되는 시간은 늘어나며, HR팀 전체의 리듬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기업은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 의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플랫폼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질수록 많은 기업 담당자는 다시 헤드헌팅을 떠올린다. 추천 과정이 어느 정도 정제되어 있고, 검토해야 하는 후보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드헌팅의 문제는 단순히 비용만이 아니다. 헤드헌팅의 추천 프로세스는 사람의 경험과 감각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추천 속도와 품질이 헤드헌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추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추천된 후보가 JD와 미묘하게 어긋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헤드헌팅을 쓰고 싶어 한다. 플랫폼 기반 채용이 주는 과부하와 불확실성을 해결해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접근 자체가 쉽지 않고, 헤드헌팅의 속도와 일관성이라는 구조적 한계까지 감안하면 헤드헌팅은 여전히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선택지’로 남는다.

그 결과 많은 기업은 플랫폼은 힘들지만 헤드헌팅은 비싸서 쓰지 못하는, 말 그대로 양쪽 사이에 갇힌 존재가 되었다. 이 구도 속에서 기업들은 채용 방식 자체에 대한 불만과 피로를 쌓아갔지만, 그 사이를 메워줄 새로운 대체재를 쉽게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들이 진짜 원해왔던 채용 방식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기업은 헤드헌팅처럼 정제된 추천을 원했지만 비용은 그처럼 부담스럽지 않기를 바랐고, 플랫폼처럼 많은 구직자를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정 수준의 유입은 필요했다. 즉, 기업은 처음부터 “정합성 중심의 적정 추천”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니즈를 갖고 있었다.

기업은 가능한 한 정합성이 높은 후보 몇 명만 받아서 빠르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중 한 명으로 채용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이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자원이 제한된 조직의 당연한 현실이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인사팀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에 이런 방식의 채용이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플랫폼은 ‘양’만 제공했고, 헤드헌팅은 ‘비용 부담’을 동반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수많은 기업은 오랫동안 자신들에게 맞는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피로와 비효율을 감수해야 했다. 이 현실은 결국 하나의 결론을 제시한다. 기업이 원했던 것은 플랫폼의 양적인 구조도, 헤드헌팅의 고비용 구조도 아닌, “정확한 인재를 적정한 가격에 추천받을 수 있는 제3의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AI 기반 헤드헌팅은 그동안 플랫폼과 전통적 헤드헌팅이 해결하지 못했던 병목을 정확히 겨냥한다. 지금까지 기업은 구직자가 지원하는 즉시 ‘그대로 전달되는 방식’에 지쳐 있었다. 수십 명의 이력서를 일일이 열어보고, 연관 실무경험이 있는지 내부 채용 조건에 맞는지를 직접 판단해야 했다. 서치펌을 쓰면 사람이 대신 선별해주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일관된 기준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했다.

AI 기반 방식이 혁신적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을 기술로 대체해낸다는 데 있다. AI는 처음부터 구직자의 이력서·프로젝트 경험·JD 요구사항·역량 요소를 계층적으로 구조화된 데이터셋으로 변환한다. 단순히 JD와 이력서 안에 비슷한 단어가 있는지를 보는 수준이 아니라, 명확한 계층별 구조에 따라 정형화된 키워드가 실제로 일치하는가를 검증한다. 즉 “겉으로 유사한 단어”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맞는 역량”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가장 힘들어하던 ‘필터링’이라는 작업이 통째로 AI에게 넘어간다. 지원자가 많아도 기업은 더 이상 모든 사람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 지원 즉시 전달되는 플랫폼식 구조가 아니라, AI가 계층 단위로 매칭 정합성을 평가한 뒤 정제된 소수만 전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업은 처음부터 정합성이 높은 후보들만 받게 되고, 헤드헌팅을 쓰지 않아도 헤드헌팅 이상으로 정제된 추천을 경험할 수 있다.

전통적 헤드헌팅이 ‘사람이 직접 선별하는 방식’이라면, AI 기반 헤드헌팅은 ‘데이터가 일관된 기준으로 선별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이 ‘지원자 전원을 전달하는 모델’이었다면, AI 기반 방식은 ‘그 안에서 정합성이 높은 소수를 추려 전달하는 모델’이다. 그동안 기업이 머릿속에만 그려왔던 “적합한 소수의 후보만 받고 싶다”는 이상적인 채용 공식이, 계층화된 데이터와 정형화된 분석을 통해 비로소 현실이 되기 시작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AI 기반 헤드헌팅은 헤드헌팅을 쓰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플랫폼을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바로 그 기업들을 위해 가장 먼저 효용을 발휘한다. 인사팀이 매우 작고, 실무자가 인사 업무를 겸하는 조직일수록 AI가 대신 처리해주는 필터링 기능은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AI는 구직자를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맞는 사람만’ 전달함으로써 기업의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채용 성공률을 빠르게 끌어올린다. 구직자의 양에서 적합성으로, 직접 검토하는 채용에서 자동화된 필터링으로, 단순 비용 중심 판단에서 효율 중심 판단으로, 기업은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전환을 겪고 있다.

이 전환의 흐름 속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체감하는 주체는, 헤드헌팅을 쓰고 싶었지만 비용 때문에 선택하지 못해 플랫폼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이제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채용의 성공은 지원자 수가 아니라 정합성에 달려 있고, 필터링은 기업이 아니라 시스템이 해야 하며, 비용 구조는 불필요하게 높을 필요 없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추천 품질은 특정 헤드헌터의 감각이 아니라 데이터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플랫폼의 대량 지원 구조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고, 헤드헌팅의 고비용 구조는 여전히 현실적 장벽으로 남아 있다. AI 기반 헤드헌팅은 이 둘 사이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기업들을 위해 채용의 공식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쓰고 있다.

앞으로의 채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많은 지원자 시대는 끝났고, 정확한 소수의 후보자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AI는 이 새로운 채용 방식의 중심에 서서, 기업들에게 ‘고효율·가성비 헤드헌팅’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김홍찬 / 스타팅 운영사 (주)모밋 대표